본문 바로가기

해외NEWS(관심주제)

봄맞이 대청소,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

반응형

2023년 3월 25일

사진 출처,GETTY IMAGES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그런데 너무 깨끗한 것도 문제가 될까? 적당히 지저분한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을까?

봄이 성큼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창문을 열고, 청소 도구를 꺼내 집 안의 모든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하지만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게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청결과 위생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람들이 집안을 청소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소독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 이면에는 바이러스가 오염된 표면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초기 경고가 있었다.

다만 이후 나온 연구는 표면을 통한 전염의 위험성은 낮다고 결론내렸다.

'가정 위생에 관한 국제 과학 포럼' 회장이자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 명예 교수인 샐리 블룸필드는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건강 관리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청소 습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질병의 확산을 막아주는 위생 관리가 아니라, 강박적으로 바닥을 닦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필드는 "사람들이 청결을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수단이라 생각하고, 청결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DNA 어딘가에서 청결을 건강과 연관짓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럽거나 냄새나는 것을 혐오하면서 그것을 피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죠."

그는 하지만 청결과 위생은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

건강 관리를 위한 요즘의 권장 사항은 애완동물을 만진 후 손을 씻는 것이다

그는 "청결은 진공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거나 닦아서 (특정 지역을) 깨끗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생은 해로운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블룸필드는 이러한 미생물의 예로 노로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 코로나19, 살모넬라균 등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필드는 "위생 관리는 필요할 때 하는 일련의 행동이지 특정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염의 위험이 있는 중요 순간에 개입하는 게 위생 관리죠."

블룸필드는 우리 모두는 해로운 미생물이 전파될 수 있는 때를 파악하고, 일상 생활에서 "표적 위생"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날 것으로 먹거나,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애완동물을 만지거나, 코를 풀거나, 쓰레기를 만질 때 등이 표적 위생이 필요한 예다.

영국 왕립보건학회가 실시한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위생과 청결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응답자들이 먼지 제거가 위생 관리에 포함된다고 답했다.

3분의 1 (36%) 이상이 먼지는 항상 해롭다고 답했고, 61%는 밖에서 놀고 들어온 아이의 손을 만지는 것은 해로운 미생물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립보건학회 측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병원체의 주요 근거지는 일반적으로 "더럽다"고 생각되는 장소가 아니라 오염된 음식과 가축,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다소 더러워지는 게 건강 측면에서 주요한 이점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자란 아이들은 천식과 알레르기로 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크론병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 체계 조절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미생물에 어린 시절부터 노출됐기 때문이다.

청결과 위생을 연관짓는 것(청결과 위생이 같은 것 혹은 서로를 반대 관계로 보는 것 등)은 역학자 데이비드 스트라찬이 1980년대 후반 위생 가설을 제기한 이래 계속돼 왔다. 이 가설은 어린 시절 세균과 감염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들의 면역 체계를 발달시키고 알레르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스트라찬에 따르면, 핵가족화와 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든 것, 청결 기준을 높여 어린이들이 미생물에 덜 노출된 것 등이 20세기 후반 소아 알레르기와 천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청결함이 알레르기의 발달과 관련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

1980년대 이래로, 일부 과학자들은 아이들이 더러운 환경에서 노는 게 건강한 면역 체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미생물학과 명예 교수인 그레이함 룩은 위생 가설은 "오래된 친구 가설"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해로운 미생물에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것은 "오래된 친구", 즉 우리의 진화 역사에서 많은 시간 동안 존재해온 비감염적인 유기체에 대한 노출이라고 했다. 이 오래된 친구는 감염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지만, 집이 얼마나 깨끗하지를 증명해주는 것도 아니다.

블룸필드는 "우리는 완전히 구성된 상태이지만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은 '오래된 친구'들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그들이) 전혀 해롭지 않은 꽃가루나 음식 알레르기 항원 등에 반응하지 않도록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어린이가 얼마나 알레르기에 민감해지는지는 청결함과는 상관이 없다. 대신 소화기관과 피부, 숨쉬는 공기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2021년 연구에서, 룩과 블룸필드는 다양한 미생물이 있어서 약간은 덜 깨끗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인간에게 이롭다고 결론내렸다.

그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건강한 면역 체계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모든 미생물을 백신과 자연 환경, 출산 중 어머니로부터 전해지는 유익한 미생물 등을 통해 획득한다.

룩은 "분명 우리는 어머니와 자연 환경에서 온 미생물과 조우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 조절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기체들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 청소가 반드시 아이가 어머니나 자연에 노출되는 기회를 축소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연구는 "주요 위험 순간 및 감염 위험이 있는 현장에서 표적 위생 관리를 하는 것은 필수 미생물에 대한 노출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감염에 대한 보호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필드는 "우리는 집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려면 멸균 상자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 위험이 있는 주요 순간에 초점을 두고 위생 관리를 한다면, 대부분의 위험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