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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요즘 MZ 사이에 주목받는 '아름다운 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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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민
  • BBC 코리아
2023년 4월 28일

'내 몸을 먼저 사랑해 주세요' 라치카 리더 가비의 자존감 높이는 법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을 계기로 스타덤에 오른 안무가 가비(29)는 특유의 솔직함과 당당한 매력으로 각광 받는다.

가비는 "나는 춤추는 친구들에 비해, 특히 방송 댄서들에 비해 덩치가 많이 있는 편"이라며, "춤추는 친구들 보면 아주 날씬하고 마른 몸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나는 '내 몸은 건강해,' '나는 건강한 사람이야,' '건강한 몸이 아름다운 몸 아니야?'라는 생각했다"고 한다.

가비처럼 자기 신체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긍정적 신체이미지를 강조하는 '바디 포지티브' 캠페인과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사진 설명,

BBC 코리아와 인터뷰 중인 댄서 가비

아름다운 몸에 대한 새로운 기준

가비는 본인 스스로 몸에 대한 자신감을 꾸준히 가져온 것과 별개로, 사람들이 '예쁜 몸'이라고 인정해 주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말한다.

가비는 "엉덩이가 어렸을 때부터 컸는데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오리 궁둥이이라고 놀리기도 하고 '쟤는 뭐 엉덩이가 저렇게 크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응 나 엉덩이 커'라고 그냥 넘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스트레스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은 이게 예쁜 엉덩이로 인정을 받으면서 '음, 사람들이 이렇게 바뀌기도 하는구나, 미의 기준이 바뀌기도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몸'에 대한 기준은 계속 변해왔다. 아주 마르고 날씬한 몸에 대한 선망이, 그보다는 살집이 있어 보이지만 근육이 있고 탄탄해 '핏'한 몸에 대한 유행으로 대체되는가 하면, 여성의 굴곡진 몸 선이 각광받기도 했다.

가비는 "이렇게 시대에 따라 몸에 대한 기준이 변하는 상황에서 그 흐름을 좇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며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기분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 말고 딱 나한테만 기준을 뒀을 때 쉽다"고 말한다.

다만 가비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우파로 스타덤에 오르고 대중의 주목을 더 많이 받게 된 지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연예인들을 더 이해하게 됐다"면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나 지금 아름답고 예뻐,' '나 지금 되게 만족스러워'는 그 전(스우파 출연 전)이 더 많이 강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가비는 그러면서도 결국 ''지속 가능한 나의 모습이어야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SONG JI-YEONG

사진 설명,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송지영 씨(31세)는 아름다운 몸에 대한 기준이 '여성스러운' 몸에서 '건강한' 몸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바디프로필 열풍은 무엇을 남겼나

한국인은 타인의 시선, 특히 신체 이미지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까?

지난 2월 대한비만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젊은 여성일수록 '보기 좋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체중관리에 강박을 느끼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국 일반인 남녀 만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71%는 '비만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 응답자의 응답률 52%를 상회했다.

한편 같은 설문조사에서 다이어트(체중관리)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69%로 나타났고, 다이어트 경험자 중 다시 이전 몸매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64%였다.

이런 현상은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바디프로필 촬영과 그 이후 부작용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강상 정상체중이었지만 '멋진' 바디프로필을 남기려고 극단적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폭식이나 무월경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SNS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송지영 씨(31세)의 경우 또래의 가까운 지인이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체지방을 '필요 이상'으로 감량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송 씨는 이 지인이 "감량 과정에서 탈모나 호르몬분비장애 등 건강에 이상 신호가 있었음에도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과 요요를 겪었다"며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강이 우선이고 미적인 부분에서 자존감을 채우려고 하는 것은 부가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송 씨는"내 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등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면서 미적인 몸의 형태에 대한 생각도 변하게 됐다"며 "이전에는 넓은 광배, 넓은 어깨가 여성적으로 아름다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런 몸이 운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몸이라는 생각에 더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몸을 만들기 위한 과정과 노력이 그 사람을 더욱 멋져보이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KO MIN-JEONG

사진 설명,

간호사인 고민정 씨(31세)는 "피부색이 건강한 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몸을 긍정하자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그 취지에 대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이 뚱뚱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해 오히려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 오히려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지적 등 그 본래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고민정(31) 씨는 "대중매체에서 그려내는 바디 포지티비티에서 섹슈얼한 이미지가 지배적인 점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간호사인 고 씨는 "일하면서 다양한 상태의 몸을 봤던 경험이 있어 피부색이 건강한 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반드시 '미적 기준'에 부합하거나 '섹시'해야만 몸이 가치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몸이 건강해야 가치가 있다는 개념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데 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섹시한 동작을 주로 포함한 댄스 퍼포먼스를 즐기는 가비는 '섹시 콘셉트'와 성적 대상화 사이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섹시 코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힐을 신고 춤을 추기도 하고 가슴을 쓰면서 하는 무브도 되게 많이 하는데 참 어려웠던 것이 '내가 너무 섹슈얼하게만 가는 게 아닐까? 이게 좀 잘못 비춰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결국 내린 결론은 '이것은 타인을 위한 춤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춤이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이것을 할 때 너무 행복해, 너무 재밌어, 너무 자신감 넘쳐'라는 생각을 가지고 췄더니 내 수업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선생님 수업 들으면 되게 자존감 높아져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특히 수강생들이 거울을 보고 춤을 추면서 '아, 나 지금 되게 멋져,' '아 나 지금 되게 멋진 움직임을 하고 있어' 라는 느낌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한 수업을 많이 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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